시험기간에 접어들고 차를 못 마시게 된지 어언 2달...

교수와의 결전을 마친 직후 또 교수와 싸우게 되어 이제 글을 적게 되었다. 차모 메인을 보니 다들 강녕하신 듯해 마음이 놓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용.

 

아무튼 오늘 적은 글은 카레에 대한 것이다(딱히 레시피글은 아닌 것 같고 이 레시피를 따라할시 님은 죽을 수도 있음)

 

이 블로그를 봤다면 알겠지만 나는 요리를 굉장히 못 한다. 룸메는 날 주방에서 내쫓기 위해 카드슬래시를 불사하고 지인들은 먹으면 피가 닳는 쯔꾸르 게임 음식을 마주할 때마다 일단 나를 의심한다. 오늘 적을 카레도 문제가 많아 이딴걸 올려도 되나 싶었으나, 상냥한 차모 분들은 내가 에그노그를 조졌을 때도 그러려니 하셨고 글 너무 안 올려서 쫓겨나는 것보다는 뭐든 나아보이니 결국 스스로와 타협해 적기로 했다. 응원해주신 써미님과 예섭님께 감사한다(님들:내가언제).

뭘 만들 때마다 결과물이 쓰레기가 되어 고통스럽지만 이 능력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 같다... 

 

 

 

나는노력했다

 

 

 

완성 사진만 보면 멀쩡해보이는 이 카레.

도대체 이 카레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평범한 재료들이 사용되었다. 비록 백세카레 두 개는 맛이 서로 다르고 고기는 냉장실에서 2일정도 방치되었고 야채는 썰기 귀찮아서 냉동실에 쳐박혀있는 수상한 걸로 대체했으나 아무튼 그렇다. 사진은 없지만 버터도 두 개 꺼냈고, 감자도 꺼냈고, 간을 할 조미료들과 감자, 겸사겸사 고구마도 깍둑썰기를 해두었다. 야채도 물론 많았다. 

브로콜리를 사지 않은 게 유일한 흠이다.

 

 

 

 

 

 

우선 약~중불에 버터를 녹인다. 강중약불 구분 안 할 거면 계단 쓰지 말고 창밖으로 뛰어내리라는 트친분의 피나는 조언을 따라 불을 살살 아기처럼 다루는 데 성공했다.

 

 

 

 

 

 

버터가 녹는 동안 고구마와 감자를 썰 준비를 한다. (위의 사진은 사과가 아니라 감자가 맞다.)

 

 

 

 

 

 

다시 봐도 사과같지만 이는 분명한 감자이며 이 감자를 사과/멜론/아보카도/피스타치오로 부르는 것은 분명한 감자에 대한 모욕이다. 비록 나를 암살할 것 같이 생긴 감자이나 아무튼 감자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사실 감자 자체를 거의 다루어본 적이 없어서, 뭔가 싹은 안 났으니 OK / 불로 지지니 OK 등등의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솔라닌은 200도 중반부터 분해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이미 다 볶은 후였다. 교양화학과목은 이렇게 배우는 보람이 없다.

많은 친구들이 저걸 먹은 내가 사망하지는 않을까 우려를 표했으나 요리를 봐주던 어르신께서 저건 싹난 감자가 아니라 초기수확된 감자로 저걸 먹고 아프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하셔서 울면서 요리를 마저 했었다. 별 수 없다. 어르신이 손에 장을 지지게 할 수 없으니 아픈 요리라도 먹고 견뎌야 했다. 나에게는 사명이 있었다.

 

 

 

 

 

 

카레를 풀기 전 물을 부은 사진이다. 좋다고 과정샷으로 남겼다가 어떻게 카레가 하얗냐는 지인들의 경악을 자아낸 작품으로, 

사실 과정 설명에 전혀 중요하지 않으나 그냥 있는 사진인 김에 가져왔다. 별로 맛있어 보이지는 않고 하얀 국물 사이로 뽀얀 녹색 감자가 보인다. 찍고 먹는 당시에는 몰랐으나 다시 보니 실로 공포스럽다. 마치 인간들 틈에 섞여있는 미확인 개체에 대한 공포를 방불케 한다.

이제 저 물에 카레가루를 풀어준 뒤 야채를 엄청나게 붓고 졸이면 요리는 끝이 난다.

왜 간 맞추는 과정이 없냐면 그냥 안 맞췄기 때문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저것을 먹고 죽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파란 감자와 경악스럽게 졸여진 국물과 난데없는 곡물밥을 보며 우려를 표했으나 나는 훌륭히 멋진 한 끼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우리 모두 눈앞에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에는 도전이 필요하다.

쓸 수 없는 재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뛰어든다면 더 훌륭한 맛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요리는 더럽게 맛이 없었다. 당연함 간을 안 맞췄음

님들은 저처럼 도박하지 말고 노란 감자 사세요 어우 운없었으면 그냥 죽었을듯

 

 

 

 

+

 

 

 

 

고등학교 시절, 공부 빼고 뭐든 다 하던 시절의 산물을 간만에 창고에서 꺼내왔다. n년만의 추억여행이라 그런지 먼지에 절어 있었지만, 매뉴얼은 아예 증발해 있었지만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화풍이 아름다운 그림체, 여성 위주의 그림, 스팀펑크 타로라는 이름에 걸맞는 완벽하게 고수된 테마, 그리 높지 않은 무난한 가격과 가성비 등등 잊고 있었던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추천할만한 타로이다. 물론 매뉴얼은 영어지만 앱은 있다.

 

왜 뜬금없이 타로를 홍보하고 있냐면 대충 이런 사연 때문이다 ↓

 

 

 

타로를 소중히 여기자.

이 친구는 방치당한 후로 내가 무슨 운을 볼 때마다 역방향을 주고 있다.

 

 

 

'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쉬 미뇽 딸기 네오 & 스트로베리  (0) 2021.01.11

Heath&Heather - Morning Time

D 2021. 3. 16. 13:00

4℃ / 12h / 250ml

 

 

 

격조하였습니다. 오늘은 3월 16일입니다. 참고로 저 차는 9일에 넣어서 10일에 꺼내 마셨습니다.

오늘의 교훈은 차일기를 미루지 않는 사람이 되거나 미루더라도 cool하게 넘기는 사람이 되자 입니다. 저처럼 미룰때마다 차일기 쓰면서 머리쥐뜯고 오열하지 마시기를... 

 

아무튼 일주일 전에 마신 차는 Heath&Heather 브랜드의 모닝타임.

나는 너무 당연히 Health&Healther로 알고 오~ 건강&더 건강 차 영국사람들 네이밍센스 개웃기네 이러고 있었는데 히스앤헤더였다...

건생님이 같이 보내주셨던 차! 사이다 냉침이라는 듣도보도못했고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를 전달받고 바로 냉침을 시도하기로 하는데... 가 지난 이야기.

 

 

 

 

 

 

차를 마실때 차를 만드는 사람의 지능도 준비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는 사진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서치하다 통에 티백을 넣고 거꾸로 세우라는 네이버의 글을 보며 시도했는데, 새벽이라 머리가 제대로 안 굴러가서(변명중임) 티백 종이실을 그냥 밖으로 빼고 잠가버렸다.

물론 저따구로 하면 사이다가 샙니다. 네. 아주 많이 샙니다. 정말 많이 샙니다. 네... 어쩐지 글에 라이언이 있더라 라이언이 있는 글은 믿으면 안 되는데... 

 

양도 저거 하나만 달랑 넣으면 안 될 것 같았는데 슬프게도 칠성사이다가 집에 한 캔 밖에 없었다. 닭갈비 시켜먹는데 사이다 서비스를 준다길래 시켰더니 저거 하나만 꼴랑 갖다준 배달의 민족에 전적으로 잘못이 있다.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아무튼 내 탓은 아닌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세상에 나오는 데 성공한 모닝타임(사이다)의 영롱한 빛깔을 보며 감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개떡같이 길렀는데 찰떡같이 잘 자란 자랑스러운 자식 보는 느낌이다. 부엌에서 뭐 하나 만들 때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 역시 인생에 결혼 같은 건 필요 없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건 끝내주게 맛있었다는 뜻이고…

 

첫맛은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사이다인데 목 뒤로 넘길때 향긋한 차향이 훅 올라오는 느낌. 놀라울 정도로 합이 괜찮다! 너무 맛있어서 통째로 사고 싶은 차 리스트에 넣어버린 편... (하지만 이걸 마시려면 사이다도 고래처럼 마셔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 된다)

사이다 냉침법이 의외로 어울리는 차가 많다던데 틀어본 김에 이거저거 더 해보고 다른 차들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냉침법 자체도 아직 낯설고 신기하고 생소한데, 뭐에 담그냐에 따라 이렇게 맛이 각양각색이라는 것도 꽤 신기한 일인 것 같다. 세상에 차도 너무 많고 차를 마시는 방법도 너무 다양하다...

오래 살고 많이 먹읍시다... 행복합시다...

 

 

 

 

 

 

4℃ / 22h / 500ml

 

 

 

냉장실에서 22시간에 500ml이라고 대략적으로 적어두긴 했지만 고백할 것이 있다.

~자세한 시간과 양이 기억이 안 납니다~ 여러분은 부디 부지런한 시음기를 쓰세요.

아무튼... 오늘 올릴 티타임 후기는 루피시아의 퀸즈머스캣 우롱 + 옐로우문의 ... 뭐였는지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맛있는 쿠키 조합이다. 텀블러의 마리 퀴리 뮤지컬 대사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건 당연히 영업을 위해서이다. 이 놀라운 뮤지컬은 무려 라듐색으로 빛나며 안에 무엇이 들었든 마시면 죽는 음료인 것처럼 만들어주는 최고의 텀블러 굿즈를 판다.

 

 

 

 

 

 

물론 마리 퀴리 씨의 라듐 사랑이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다.

 

 

 

 

 

 

오늘의 별안간 나타나 남의 소매를 터뜨리고 멋지게 사라지기 전문 차모인은 써미님이다. 왼쪽 사진이 막 포장을 뜯었을 때의 구성이며 실로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있어 소분이라는 건 정녕 어떤 의미일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난 드디어 박스 하나를 꽉 채우고 뿌듯해하는 중인데(오른쪽 사진), 막 입에 넣기만 하는 중인 내가 박스를 채웠을 정도면 진지하게 차를 수집하는 분들의 차 창고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두렵다. 나도 미래에 저렇게 될까...?

12월 정도까지만 해도 에그노그를 개조져서 북미에서 국가적 고소를 받을 뻔하고 홍차에 티백을 n시간씩 우려 셀프 독극물 제조기로 만드는 등 얼레벌레였는데 이제 아침에 일어나 차를 까먹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얼마 전 런던프룻앤허브 차를 마셨다가 가향차에 맛까지 실제로 들어간 경우는 드물다는 말을 들어서 의아했는데, 이걸 마셔보니 바로 가향챠의 평균을 알 수 있었다. 찻잔을 입에 대자마자 시원하고 달달하게 올라오는 퀸즈머스캣 향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맛은 우롱차에 기분 좋고 깔끔한 상큼함 정도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원래 미각에 후각이 끼치는 영향도 지대하다고 하니까 그런 효과를 노린 게 아닐까....? 아직 차를 많이 마신 편은 아니라 좀 더 가향차를 많이 마셔보려고 한다.

그 전에 일단 다양하게...

아무튼 입에 맞는 차를 찾아 떠나는 새싹의 여정은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