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3min / 300mL | 4℃ / 25h+@ / 300mL

 

 

마신지는 며칠 되었지만 이제 시음기를 적는 필멸자의 모습이다. 그것도 두 개 마셨는데 둘 다 미뤄서 둘 모두 며칠 전 차다.

현대 인간의 가장 큰 적은 역시 귀찮음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냉침법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꽤나 게을렀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차가운 곳에 찻잎을 가라앉힌 물을 두고 누가 그걸 고의로 방치한다는 생각을 했을까? 100% 까먹은 게 아닐까? 아무튼 냉침차는 생전 처음 마셔보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게 오늘 쓸 글의 주제 1번이다. 밀크티도 처음 마셔보고 냉침도 처음 해보고 과일가향차도 처음 마셔보고 우롱차도 처음 마셔보았기 때문에(그렇다고 말하기엔 그냥 마셔놓고 그게 우롱차인지 모르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더 높긴 함) 최근에는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해볼 기회가 꽤 늘어난 것 같고 아직도 많은 도전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게 즐거운 것 같다.

 

 

 

 

 

 

오늘의 차...는 아니지만 오늘 리뷰할 차는 루피시아 메론우롱과 쿠스미 러시안 모닝. 둘 다 예섭님께서 보내주신 차들이다.

쿠스미 러시안 모닝은 단순히 모닝에 고른 차지만, 메론우롱은 처음 받아 올렸을때 지인들이 메론...? 우롱? 메론?? 우롱?? ?이런 반응이었어서 호기심이 갑자기 동했다. 아무래도 그런 반응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더 궁금해하기 시작하니까... 특히 메론차도 우롱차도 안 먹어본 퓨어한 뇌는... 메론이랑 우롱 조합이 특이한가 싶은 궁금증이 생겨버리기 마련.

 

 

 

 

 

 

차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마시기 전에 보통 검색을 해보는데, 우유에 냉침하니 메로나맛이 났다더라~ 하는 어떤분의 후기를 보고 충동적으로 밀크티를 시도하기로 했다. 설탕을 넣으라는 말은 없었던 것 같지만 밀크티에 설탕은 필수라는 룸메이트의 강력한 권고를 못이겨 두 스푼 정도 넣었었다. 24시간만 냉침하라고 트친들이 조언한 거 까먹고 한시간 더 우린 내가 레전드인 듯함... 결론만 말하자면 메로나랑 별로 비슷하지는 않고 우유를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가 메론향이 조금 덜했다.(ㅠㅠㅠ) 

우롱차를 검색해보니 대체 왜 메론우롱이 이렇게 신기한 느낌일까 감이 잡혔는데, 맛이 꽤 독보적으로 특징적이랬다. 그 말대로 이 차는 시원하기도 하고 우유 맛도 나고 우롱으로 여겨지는 적당히 쓰고 떫고 차향이 우러나오는 맛도 나고 메론 맛도 났다. 아니 이게... 어우러지는 느낌보다는 그냥 입 하나에서 세 가지 맛이 전부 나는데 그렇게 이상하진 않았던 느낌.

 

 

 

 

 

 

쿠스미 러시안 모닝은 아침 햇빛이 적당히 떠오른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 책 읽으면서 마셨는데 좀 삶의 질이 올라간 느낌... 영화나 소설속 유럽사람들 생태 따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시면서 처음 떠올린 소감은 브랙퍼스트 티와 모닝 티는 비슷해 보이는데 생각보다 꽤 느낌이 다른가?! 싶다는 생각? 물론 이걸 더 자세히 고찰하려면 그런 이름이 붙은 것들을 다 골라 마셔봐야 할 것 같긴 하다.

티푸드가 굳이 필요한가 싶었던 사람인데(그냥 고래처럼 퍼마심) 전날에 마침 빵을 좀 샀어서 꺼냈더니 맛이 깔끔하게 잡히는 게 막입에도 실감날 정도라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굳이 티푸드를 같이 먹는구나 싶기도 했다. 배워가는 것도 맛있는 것도 많은 요즘...

꼭 차이를 찾지 않더라도 사람 자체가 일상 루틴이 아침형인 인간이라서 (tmi) 나는 이거는 아침차다~ 하고 명시된 것들이 입맛에 맞는 것 같다.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소감은 그런 듯함.

 

 

 

 

 

 

살짝 tmi인 이야기지만... 위의 사진들은 이사온 집앞에 마침 샐러드 전문점이 있길래 끼니로 신나게 먹고 있는 샐러드다. 그렇게 고급지고 싱싱한 맛은 아닌데 구성에 비해 가성비는 훌륭한듯. 고기랑 야채랑 입에 욱여넣고 빵 하나 차 하나 꺼내서 마시는 게 앞으로의 루틴이 될 것 같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서 리코타 치즈 듬뿍 올라간 파릇파릇한 샐러드 먹고 싶다. 세트로 시켜서 다른 친구들 파스타랑 피자 먹을동안 샐러드 독점하고 싶다는 광기에 빠지는 나날... 코로나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