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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1.11 키쉬 미뇽 딸기 네오 & 스트로베리
  2. 2021.01.05 Teazen 자스민 차 6
  3. 2020.12.29 에그노그 3

 

서면에 갈 일이 있는 김에 친구의 추천으로 키쉬 미뇽에 들렀다. 평소에 타르트나 키쉬 등 빵 종류 디저트를 잘 먹지 않는 나로서는 이례적인 도전이었다. 이례적인 도전을 굳이 한 이유는 간단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딸기처돌이의 눈에 딸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친구가 메뉴 고르는 중 심심해서 검색해봤더니 홍대 합정밖에 안 나왔다. 세상 누군가는 서면 키쉬 미뇽도 검색창에 노출시켜줄 정도의 정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끝내주게 맛있으니까 (시식기 스포일러)

일단 난 귀찮으니 그냥 맛있다고만 할 것이다.

 

 

 

 

 

 

고양이 스티커가 붙은 포장지가  인상적이다. 안에 놓인 것은 왼쪽이 딸기 네오, 오른쪽이 스트로베리다. 타르트는 크림치즈나 에그타르트 말고 살아생전 처음 먹어보는 문외한답게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다. 딱 봐도 부드럽고 달아 보이는 딸기 크림 위에 싱싱한 딸기가 올라가 있는 모습이 허기를 자극했다. 

옆의 스트로베리 타르트는 알 수 없었다. 보이는게 딸기 뿐이었기 때문이다. 안이 보이지 않으니 호기심만 증대된 채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후 찍은 싱싱한 타르트들 사진이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이 느껴진다면 기분탓이다. 달라진 것은 딸기로 완전무장되어 안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수 없었던 스트로베리 타르트의 표면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크림은 왜 저 모양인지 크림한테 물어봤는데 딸기 미끄럼틀 태워줬다고 한다.

그리고 뻘하지만 지하철로부터 집까지 도보 시간이 20분이 넘으면 그냥 버스를 타라고 충고하고 싶다.

특히 손에 언제든 뭉개질 준비가 된 크리미한 디저트가 들려 있다면 더욱 제대로 된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궁금했던 스트로베리타르트의 표면은 붉게 코팅이 되어 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달달한 맛이 나는데다 빵이 붉은색인 걸 봐서는 반죽을 딸기로 염색시키기라도 한 모양이다. 

끝내주게 달고 딸기향이 강해서 둘 다 호로록 먹어버린 후에는 온 입 안에 크림향이 남아 있었다. 각각 다섯 개씩 열 개 쯤 살걸 후회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다음에 갈 때는 딸기 타르트 열 개 사고 타르트 아닌 키쉬도 먹어보고 말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시국이 끝나야 또 갈일이 생기지 않을까...?

삶은 고난과 후회의 연속임을 이렇게 또 배운다.

 

 

 

 

 

 

하지만 타르트는 결론적으로 끝내주게 맛있었으니까 파이팅!

시식 후 빈 종이를 올리고 싶었는데, 중간에 모종의 대참사가 일어나 깔끔한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었으므로 괜히 멀쩡한 타르트들을 인형이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대신 올린다.

 

이걸 보는 분들도 단 거 많이 먹고 당 떨어질 일 없는 하루 되셨으면 좋겠다.

당이 떨어지니 역시 스트레스가 장난 아닌 것 같다.

사람은 참 단순한 동물이다. 빡칠때 단 거 먹으면 진정되고 슬플때 고기 먹으면 텐션업되고... 힘 없을땐 탄수화물 먹으면 됨... 짱인듯

 

그리고 사실 이 글은 키쉬 미뇽에 다녀온 다음 날 적히고 있습니다.

 

 

 

 

 

 

새로 산 제 다이어리도 난데없이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하드커버에 수채화꽃이 여기저기 그려져있어서 진짜 끝내줌.

아트박스 다이어리 가성비 대박~ (엄마~ wow~)

근데 하드커버 다꾸하기 힘드니까 여러분은  신중히 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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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zen 자스민 차

D 2021. 1. 5. 13:58

 

 

 

 

 

사실 우리 집에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4000~5000원대의 저렴하고 맛있는 티즌 티백이 많다. 

차를 그렇게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고, 기왕 마시는 거 분위기 있게 먹고 싶다는 일념으로 룸메이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찻잔을 빌려 차를 우리기로 했다.

이것을 다짐하고 티백을 넣은 시간이 9시 정도였다.

참고로 이 글은 오후 1시 40분에 적히고 있다.

 

 

 

 

 

저 영롱한 색을 띄고 있는 사진의 자스민 차는 놀랍게도 1시간 우려진 상태의 차이다.

당연히 식었고, 당연히 쓴 향이 올라왔고, 보정빨이 잘 받아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누룽지 같은 색을 띄었었다. 차 끓여놓고 고기 좀 굽는다고 방치한 게 화근이었다. 다 먹고 설거지하고 소파에 누워 해리포터가 트리위저드에 끌려가는 것까지 구경한 뒤에야 차를 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재앙은 그 단계에서 멈추지 않았다. 1시간 우린 차의 상태가 생각보다 양호해 보이자 더 우리면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먹느라 음식 사진을 남기지 못하는 성질머리상 사진은 남지 않았지만, 9시 가량부터 1시 30분까지 대략 4시간 30분 정도를 우려진 차를 마시는 건 인생에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한 것 같다. 그 맛에 대해서는 별로 서술하고 싶지 않다.

네 차에 독은 개나소나 탈 수 있다. 진정한 독은 게으름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한 번은 정상적으로 먹어야 시음기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했는데, 실수로 (말하자면 길다) 티백 컵 안에 미지근한 정수를 부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망한 차가 되었다. 멀쩡하게 차를 우리려는 시도조차 무산되었다.

삶은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조차 쉽지 않다. 차 한 잔의 여유라는 건 다 저세상 얘기다. 나는 차를 마시는 것조차 전쟁이다.

그래서 그냥 먹태포나 구워서 마요네즈에 찍어 먹기로 했다. 

 

맛있는 먹태포 구이는 배신하지 않는다.

껍질도 잘라드세요!

짱!

에그노그

D 2020. 12. 29. 12:22

 

25일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에그노그를 만들기로 했다.

에그노그라는 이름 자체는 예전부터 알았지만, 내가 부엌에 들어가기만 하면 집이 탈 것 처럼 굴면서 정작 아무도 요리를 하지 않는 집안에서 살다 보니 독립 후에야 기회가 생겼다.

 

 

 

 

 

 

 

이 사진들은 에그노그와 함께하게 될 술과 휘핑크림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옐로우 테일 샤도네이는 잘 익은 복숭아와 멜론 등 과즙의 향이 일품인 보급형 호주 와인이(라고 네이버가 말했)다.  타임라인에서 좋은 위스키와 럼을 추천받았지만 돈도 없고 의욕도 없고 힘도 없던 바람에 편의점에서 가장 싸게 파는 손바닥만한 와인을 구매하기로 한 게 화근이었다. 에그노그는 담백한 음료라 과일향이 강하게 나는 와인과는 상성이 미묘하게 맞지 않다. 물론 진작 알았다면 지금 이 글을 적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래의 휘핑 사진은 바닐라빈이 없었던 탓에 휘핑과 바닐라향을 한 번에 처리하기 위해 산 캔 휘핑이다. 사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그냥 마트에 저것밖에 없어서 샀다가 얻어 걸렸다. 생각해보면 파리바게트 같은 곳에서 생크림 500원인가 1000원에 파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준비과정의 난이도는 난폭했다. 노른자를 분리하라는 게 노른자를 다 깨부숴서 물로 만들라는 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유를 두 컵 넣으라고 모 티스토리 블로그가 권고했으나 컵을 설거지하기 귀찮은 관계로 그냥 적당히 남아 있던 우유를 다 꼬나부어버렸다.

 

 

 

 

 

 

 

친구들은 이 사진을 크림떡볶이라고 칭했지만 놀랍게도 저 꾸물거리는 크툴루 같은 줄은 떡이 아니라 휘핑이다.

에그노그를 만들 때는 계란 우유 아무튼 그 외 기타등등을 넣고 데워줘야 하는데  대체 얼마나 데워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너무 많이 데운 나머지 결국 그냥 죽이 되었다. 이래서 사람이 원활한 요리생활을 하려면 계량기가 필수적이다.

 

 

 

 

 

 

에그노그를 완성하고 마셨는데 휘핑을 너무 맹신한 나머지 설탕을 제대로 안 넣었더니 맹맹하고 기묘한 맛이 났다. 마셔본 룸메이트의 평가로는 너무 맹맹해서 처음엔 나도 모르는 새에 코로나에 걸린 줄 알았단다.

그래도 완성된 에그노그의 모습은 의외로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사진만 본 많은 분들이 '의외로 먹을만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말씀해주셔서 아마추어 사진가로서 매우 큰 위안을 얻었다. 기회가 닿는다면 차모 여러분께도 직접 만든 에그노그를 대접해 드리고 싶다(하지만 마시지 않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 같습니다)

본 완성 사진은 귀여운 인형과 위에 얹어진 달달한 휘핑으로 에그노그를 절묘하게 가리고 있다. 역시 사진은 부속품 배치가 중요하다.

 

 

 

 

 

 

 

 

남은 계란으로는 간장계란밥을 해 먹었다. 에그노그보다 다섯 배 정도 맛있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에 소스 조지게 뿌려서 먹을 때 가장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냥 요리를 망친 거겠지만

바닐라빈을 처음에 살까 말까 고민할 때 그게 정말 많은 요리 (특히 베이킹) 에 사용된다는 정보를 얻었지만 딱히 열심히 베이킹하면서 살진 않을 것 같아서 포기했었다. 하지만 막상 데운 계란우유반죽을 입에 넣어보고 나니 구운 계란우유반죽은 얼마나 맛이 없을지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만간 베이킹도 시작해볼 것 같다. 하지만 당분간은 안정적으로 남이 만든 맛있는 차나 마시며 마음의 안정을 취하려고 한다.

life is egg...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행복한 설 연휴를 보내셨으면 좋겠다.

저는 물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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